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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당신은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태호고등학교의 재학생입니다. 셔츠를 입고, 교복을

빠짐없이 챙겨입었나, 슬슬 풀려가는 쌀쌀한 날씨에 겉옷을 걸치고… 이런! 넥타이를

빼먹었습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 넥타이를 찾노라면 틀어져 있던 TV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얼핏 들립니다. 아, 교복을 입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오랜만의 등교인데 빼먹은 것이 없나 살펴보는 경험, 한번쯤은 있지 않았던가요?

“다음 소식입니다. 또다시 부산광역시 ■■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번 주에만 총 스물 세 건의 대형 화재와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치솟고 있다는데요.“
“그렇습니다, 당장 지난달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한 공장에서 부지 전체가 전소하였을

만큼 큰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건조한 날씨 때문인지, 산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그런 편이겠지요. 모쪼록 건강 조심하시어 일교차가 큰 요즘 날씨에 감기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이어 오늘의 화제입니다. 아, 이번 소식은 흥미롭군요! 최근

떠뜰썩하던 모 아이돌 그룹의 XX군의 열애설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는…”
 

· · ·
 


    뉴스에서는 오늘도 평화로울 어딘가의 이야기를 하거나, 드물게 다른 도시에서 일어나는

흉악 범죄자가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라던가, 일교차가 크므로 감기를 조심하라는 아나운서의

형식적인 멘트가 들려옵니다. 어디까지나 타인의 입장에서 하는 말입니다만, 학생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일상은 평화롭고 단조롭습니다.
    이곳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깔끔하고 넓은 시설이 근교의 큰 관심을 받는 태호고등학교.

어쩌면 학생들은 이 학교에 재학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최근

태호고등학교는 학생들이 고대하고 고대하던 겨울방학을 맞았고, 현재 시끌벅적하던 학교에는 종종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출근하시는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 학교가 다시 떠들썩해진 것은 분명 매년 행해지고 있는 학생 합숙 탓 일겁니다. 학교의 각종 이벤트를 준비하는 학생회 친구들이 방학이 다가옴에도 죽을상을 하던 것이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역대 최고의 규모로 준비된 합숙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해서 진행한다는 명목을 가진 합숙은 이틀 간 진행됩니다. 학생들은

합숙 중 기숙사와 교실을 번갈아 사용하며, 대체로 조식 이후부터 석식 이전까지는 교실에서,

이후의 시간은 강당 내지 기숙사에서 생활합니다.
    물론 학생의 본분은 첫째도 공부, 둘째도 공부 아니겠나요? 교실에서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3월 모의고사 대비 수업을 받습니다. 이번 오리엔테이션 덕분에

개학식날에는 무리 없이 바로 정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학부모님들께는 반가운 소식일 테죠. 암묵적으로 오전에는 7교시까지의 수업을, 오후에는 자유로운 자기 계발 시간을

갖도록 진행됩니다. 오후 시간에는 종종 담당 교사가 학생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교실을

돌아다니곤 합니다. 쉽게 말해, 순찰이죠!
    핸드폰의 수거 여부는 교사마다 다르므로, 순전히 운에 맡기도록 합시다. 기숙사 방 간의

이동은 자유롭습니다만, 학생들은 기숙사 방에서 오직 잠만을 해결할뿐더러 새벽 기숙사

복도에는 사감 선생님이 계시니 그리 추천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합숙은 2박 3일의 스케줄로, 마지막 날 밤(2D)에는 석식 후 강당에서의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됩니다. 소문에 의하면, 학생회가 역대급으로 죽어나갔던 메인 이벤트라고 합니다. 매년

학생들이 합숙을 고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장기자랑부터 상품을 주는 퀴즈쇼, 보물찾기

등등...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있는 스트레스 해소용 이벤트입니다. 학생들은 레크리에이션 후

소등 시간에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기상 즉시 인원 확인 후 간단한 대체식을 지급받으며 따뜻한 집으로 귀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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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했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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