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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마주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믿음이 사라진 동화는 힘을 잃어 언젠가 잊혀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동화를 믿는 이가 있고,

동화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이는 인간들의 이야기란다.”

   2020년 8월. 같은 날, 같은 시각. 나비가 새겨진 팬던트와 초대장 하나가 전 세계로 배달됩니다.

어쩌면, 당신은 그 초대장을 열어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답게 장식된 ​초대장에는 고급스러운 글체로,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말이 가득 적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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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_______________께.

지루하고 한가한 시간이든, 바쁘고 피곤한 시간이든.

오늘도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실지 알 수 없으나, 귀하께, 성 메르헨에서 특별한 꿈을 선물합니다.
꿈 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동화의 성에서 열리는 3일간의 연회에, 여러분을 초청합니다.
부담가지실 필요도 없죠, 이건 전부 꿈 속 이야기니까요!
어쩌면, 귀하께서 그리워하던, 귀하께서 사랑했던 동화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현실과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성 메르헨에서,

추억 속의 그리운 동화와 함께하는 즐거운 환상을 만끽하실 수 있도록.

성 메르헨 동화 연맹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방문하실 의향이 있으신 분께서는, 아래의 주의사항을 지켜, 성 메르헨에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1. 성 메르헨으로 오시기 위해서는 꿈을 통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숙면에 도움이 되는 허브를

    초대장에 첨부하였습니다. 허브가 동봉되지 않은 초대장을 받으셨다면, 즉시 초대장을 세번

    찢어 버려주시길 바랍니다.
 

2. 잠들기 전, 허브는 머리맡 오른쪽에, 초대장은 베개 밑에, 팬던트는 손에 쥔 채로 주무시길

    바랍니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아침에 깨어났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바로 초대장을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초대장에 성의 주소가 적혀 있다면, 무사히 꿈에 진입하셨다는 뜻입니다. 그

    외의 모든 경우에는 꿈에 진입하시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머리맡의 허브를 꼭 태워서

    버려주시길 바라겠습니다.


3. 꿈은 현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시겠으나, 안타깝게도 꿈을 조작하시는 건 힘드실 것입니다.

    하지만 성까지 오시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니 걱정 마세요. 성의 주소까지는 저희가 꿈 속에

    마련한 현실적인 수단을 이용해 와 주시면 되십니다. 비현실적인 수단은 발견하실 수

    없으시겠지만, 발견하셨을 시에는 절대 손대지 말고 무시해 주세요.

4. 동봉된 팬던트는 성 메르헨에 계시는 동안 신원 확인을 위해 사용될 예정입니다. 팬던트를

    지참하지 않은 손님께서는 성에 계실 수 없으니, 분실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내 삶의 동화, 성 메르헨의 꿈에서 귀하를 만나뵙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깊은 꿈은 분명, 잠에서 깨기 싫을 정도로 귀하의 마음에 쏙 들 거라고 확신하니까요.

 

 

성 메르헨 동화 연맹

   당신의 이름이 적힌 초대장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라도 걸친 듯 비현실적인 빛으로 반짝거립니다. 아름다운 꿈 속의 멋진 성으로 초대받은 여러분은, 호기심에, 기억하는 동화를 만나러, 아니면

휴식을 취하러 등의 이유로 이 근사한 성에 방문하셨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분명 아주 멋진 일이 일어날 거예요.

   분명히요!

초대장과 팬던트

   금박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고급 초대장입니다. 나비 장식이 인상깊게 반짝거립니다. 두 가지

물건이 동봉되어 있군요. 하나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말린 허브입니다. 어쩐지 그 향을 맡다보면,

잠이 솔솔 오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영롱하여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푸른 보석으로 만든 팬던트입니다. 안에는 나비가 그려져있는 것 같아요.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입니다.

“한편, 여기서부터는 동화들의 이야기지.”

   이 곳, 성 메르헨.

   인간의 믿음을 잃은 동화들은 점점 약해져가고 잊혀갑니다. 이 성 메르헨만 해도 그렇습니다.

본래는 안데르센과 그림의 동화만을 지키던 성 메르헨은 그 힘을 잃었고, 부족한 힘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동화들 역시 닥치는대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새로 성에 들어온 동화들 역시, 믿음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뭉쳐 함께 힘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메르헨 입성이 기까웠습니다.
 

   수많은 동화들로 북적거리던 성 메르헨에서, 어떤 동화는 인간을 좋아했고, 어떤 동화는 인간을 미워했으며, 사랑하거나, 원망하거나, 아니면 무관심한 동화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모두가

동의했던 사실은, ‘지금 동화들은 믿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일전에, 인간을 가둔 채 오래 오래 믿음을 얻기 위한 ‘메르헨 프로젝트’가 실패했었죠. 인간들을 가두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그 때의 실패와, 외부에서 새로 유입된 동화들을

포함한 동화들 사이에서의 의견차이로 인해 동화들의 입장은 둘로 갈라지게 됩니다.
 

   인간을 가둬 믿음을 착취하자는 ‘환상수호파’와, 아무리 그래도 인간을 가두어서는 안된다는

‘영원동행파’. 두 집단의 대립은 점점 첨예해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긴 논쟁의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습니다. 명백하게, 동화들은 믿음이 부족했으니까요! 그리고 믿음이란, 인간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다 긴 고민 끝에, 결국 두 대립하던 무리는 잠시 갈등을 멈추기로 합니다. 친교와 화해를

위함이었을까요? 동화들은 인간을 잠시 이 성 메르헨에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딱, 정말 사흘동안만 함께,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한다면, 부족한 믿음을 보충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란 건

사실입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사흘. 그 시간이 지나면, 인간을 원래의 현실로 돌려보내기로

약속하고, 동화들은 인간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호파의 어떤 동화들은 벌써 약속을 깨고 그들의 야망을 현실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초대장을 가로채 인간인 척, 둔갑을 하고 그들은 손님들 틈에 숨어들었습니다.

눈치챈 동화들에게는 ‘그저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직접 보내고 싶을 뿐이야,’ 하고 말하면서요.


   이상한 낌새를, 동행파 동화들은 느끼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절대로 그들이 인간을 함부로 해치지 못하게 하리라, 동행파 동화들은 지켜봅니다.

환상수호파와 영원동행파

   환상수호파는 인간의 믿음으로서 동화들이 보전되어야 한다고 믿는 의견을 강경한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동화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환상수호파는, 인간들을 초대한 이번이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실제로도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영원동행파는 인간을 위하는 것이 동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믿음이 부족하더라도

그들에게 해를 가하는 건 좋지 않다는 입장을 가진 동화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영원동행파 역시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수호파의 행동을 달갑게 보지 않습니다.


   물론, 한 동화 안에서도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있기 때문에, 각자가 가지는 의견은 다를 수 있죠. 당장 저번에 실패했던 메르헨 프로젝트 때도, 그랬으니까요!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영원동행파의 입김이 약한 편입니다. 믿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인간들을 직접 지켜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은 않도록 '축복'과 '가호'를 언제나 준비중입니다. 특히, 자신을 믿어주는 인간에게 내려주는 동화의 선의는, 낯선 꿈에서 동화들과 맞설 수 있는 인간들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 러너분들은 인간진영(축복과 가호를 통해 영원동행파의 지원을 받음)과 동화진영

   (환상수호파로서 직접 활동하는 동화들) 중 한 진영을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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