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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라면 분명 좋은 이야기를

써내릴 수 있을 겁니다.”

믿음의 잔향

힐데가르트 프리드리히

Hildegard Fried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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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세 | 독일 | 여성 | 185cm | 70kg

외관

고목을 닮은 사람이었다.


   그에게서는 항상 은은하게 견과류와 목재의 향이 났다. 향을 따라 걸음하면 단정하게 정리된

연갈색의 머리칼에 시선이 닿는다. 화장기 없이 창백한 피부 위로 새겨진 이목구비는 그에게

담대하고 묵직한 인상을 주기에 안성맞춤인 형태였다. 호두나무 한 그루를 사람으로 만들어둔다면 이런 모양새였을까? 아, 단 한 가지만 빼고. 잘 닦인 모노클 렌즈 너머로 붉은 눈동자가 자리했다. 햇빛을 받아도 색이 옅어지지 않는 이 탁한 적색은 그를 처음 접하는 타인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끔 했다.


   곧고 바르게 선 자세는 그의 정직을 대변한다. 몸에 걸친 고동색의 정장은 결코 고급이

아니었으나, 평소 그의 중후하고 묵직한 분위기 탓인지 그것이 기성품이라는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새하얀 셔츠 위의, 조금 더 진한 색의 베스트를 포함한 쓰리피스 정장은 함께 착용하고

다니는 페도라를 포함하여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 없다.

성격

# 묵직한 / 격식있는 / 선이 확실한 / 침착한 / 여유로운 / 상식인


프리드리히를 찾으려면 가야 할 곳이 있다. 그곳은 화려한 빌딩 숲도, 보석상도, 고급 천을 쓰는 맞춤 정장을 파는 양장점도 아닌 낡은 도서관이다. 모든 잊혀지고 오래된 장소의 구석자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는 남의 시선을 끄는 사람이 아니라 제 필요한 곳에 언제나 묵묵히 자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변화를 즐기지 않고, 얕고 넓은 관계를 즐기지 않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특수한 이유를 지니지 않는 한 그가 누군가에게 먼저 걸음하는 일은 없을 터, 비사교적인 사람이 아닐 수 없지. 그럼에도 당신이 그에게 말을 걸어본다면 당신은 오래 가지 않아 프리드리히가 그 첫인상만큼 냉랭하고 매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깊은 관계를 맺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하나 맹세컨대 그 늙은 공예가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는 당신의 최고의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 그와의 관계는 말 그대로,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야.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을, 예의를 지킬 줄 안다. 남이 제 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저 스스로도 타인의 선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많은 이들이 그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냥 남과 친해지기 싫어하는 것 아닌가요? 그럴 리가. 그 긴 세월 내내 사사로운 관계에 상처받는 이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그는 성을 지어야 한다면 모래보다는 나무를 택하는 이이다. 시간은 훨씬 더 오래 걸리겠지만 이리 세워진 관계들은 보통의 것보다 훨씬 더 견고했다.
 

우아한 사람. 말을 사사로이 내뱉지 않는다. 제가 내뱉은 것에는 항상 책임을 졌다. 말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가 태산과도 같아서, 그는 입을 쉬이 열지 않았다. 허나 이것이 그가 무뚝뚝한 사람임을 의미하느냐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그는 웃음이 필요한 자리에 웃음을, 칭찬이 필요한 자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냥 저를 꽁꽁 싸매려 드는 사람도 아니었다. 나이 많은 것을 자랑으로 삼느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문자 그대로의 신사, 그런 평이었다. 

기타

"- 답장을 받아볼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1. 그라는 사람
/ 마치
과거에서 온 것만 같은 사람, 이전의 이야기들을 많이 알고 있다. 저 또한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당연하게도 독일어와 영어, 이외에도 알아듣고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몇

  가지. 영어의 경우 우아한 영국식 발음을 구사한다.
/ 기본적으로는 경어를 사용하나 상대와 일정 수준 이상 가까워졌다 여길 경우에는 상대의 동의를

  구한 뒤 하게체를 쓰기도 한다. 
/ 손녀가 하나 있다더라. 이것은 그가 20대의 청년들에게 유달리 친절한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2. 그라는 공예가
/ 목재 공예가, 주로 취급하는 물건은
장난감. 가게의 규모가 작은데다 그 위치 또한 후미진 골목에

  위치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나 섬세하게 조각된 무늬와 유려한 형태로 소수의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종종 주문제작을 받기도 한다. 아이의 선물이 목적이라면 손수 편지를 써주는 등

  정성을 들이는 편.
/ 그가 자주 소재로 삼는 것이라면 자연물과 동화, 영원이라는 키워드. 

 

#3. 호불호
호/ 홍차, 독서, 목공품, 태엽장치, 자연물, 동화책, 아이들, 견과류
불호/ 소란, 생쥐, 도수가 높은 술, 습한 것, 도박


#4. 취미와 특기
/ 대표적인 것 하나는 목공. 취미와 특기를 겸하고 있다. 그에게 목공품은 단순히 판매용일 뿐만

  아니라 제가 즐거워 만드는 것들. 그를 증명하듯 그의 가게 안에는 기계로 만든 황동의 화초들이

  즐비하며, 꽤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화초들은 바람이 불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 피아노를 다룰 줄 안다. 상당히 오래 연주해 온 양 제법 능숙하다. 주로 다루는 장르는

  클래식이다만, 재즈도 곧잘 연주한다. 
/ 몸 쓰는 일에 익숙했다. 고동색 천으로 가려진 다부진 몸은 작은 것들을 만드는 공예가의

  것이라기에는 이질감이 있었다. 긴 장대를 쥐는 폼이 장검을 잡는 것과 유사했다. 과거에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었나요? 그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그냥 두어 번 웃고 말 뿐이다.
 

#ETC.
/ 손글씨가 정갈한 편. 철필과 연필을 특히 선호한다. 볼펜을 쥐어 주면 쓰는 도중에 펜촉에 잉크를

  묻힐 잉크 병을 찾아 고개를 돌릴 것이다. 
/ 상대를 '군' 이라고 칭하고는 한다. '군이라면 좋은 이야기를 써내릴 수 있을 겁니다' 는 그가 편지

  마지막에 꼭 적는 인사들 중 하나.
/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록하고 암기한다. 본인 말에 따르면 버릇이란다.
/ 최근 E-mail과 SNS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서투르긴 하지만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는 모양.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더라. 
/ 푹 잠드는 날이 손에 꼽았다. 그의 잠은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걸쳐 아슬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보통 남에게는 일찍 깼다고 둘러대는 모양이다. 언젠가 그와 같이

  밤을 보낼 일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쉬이 잠들지 못하고 편안한 의자에 앉은 채 독서를 하고 있을

  것이다.
/
동화를 믿나요? 아주 믿음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뭐,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 이 성에

  걸음하지도 못했을 것 아닌가. 노인의 믿음이 어린아이의 그것과 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믿음은 기억의 기저에 은은하고 옅게 남은 것들 뿐이었다. 그것을 굳이 단어로

  표현해보자면 망각을 향해 느리게 걸어가는 발자취 정도일까, 아주 약간의 미련을 담은...

가져온 물건

- 하나같이 오래된 것들.


# 사진첩 / 애지중지 관리한 듯 상태가 좋은 가죽 커버의 사진첩. 새 사진이 잔뜩이다. 
# 지팡이 / 행동에 걸리는 것이 없어 보여 치장용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본인 말로는 하나

가지고 있으면 여기저기 쓰기 좋단다.
# 손수건 / 솔방울과 솔잎 자수가 놓인 낡은 손수건. 실제 손수건 용도로 쓴 적은 없다. 손녀에게

선물받은 물건. 향수를 뿌린 모양인가 달큰한 견과류의 향이 옅게 남아있다.

관계

틸 헌트

- # 펜팔 친구 ▶ 오직 수필만이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

액정 속 차가운 활자로는 가당치도 않은.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것을 믿나? 그리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안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기념품 상점이었다. 뭐, 수집가들 사이에 종종 그런 얘기가 있지요. 진짜 좋은 물건은 남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뭐 그런 것들. 딱 그런 꼴이었다. 새 모양의 나무 조각이 얹힌

오르골은 이 젊은 탐조가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우연히 가게 안의 나이든 여행객의 흥미 또한 끌어버린 모양이었다. 오르골을 사이에 두고 시선이 교차했다. 그것 한 번이면 충분했다.

가게를 나온 두 사람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한 후 주소를 교환해 - 여행객은 본국인 독일로 돌아가야만 했다 - 느리지만 꾸준히 연을 이어가고 있다. 힐다는 종종 틸에게 공예품을, 틸은 힐다에게 직접 찍은 새의 사진을 동봉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힐다가

이메일 쓰는 법을 습득해 이메일도 종종 사용하고 있다더라. 

드로셀마이어.png

“아무도 이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

태엽장치는 돌아가야만 한다, 영원히.”

영원의 기사

힐데가르트 드로셀마이어

Hildegard Drosselme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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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불명 | 독일 | 여성 | 185cm | 70kg

『호두까기 인형』의 '호두까기 인형'으로서 환상을 수호하기로 결심한 자.

외관

다 낡아 빠진 목각인형 꼴이다.


   그럼에도 아직 기품과 충의를 잃지는 않았다. 각 맞춰 차려입은 붉은 제복은 이 기사가 아주

퇴물은 아님을 증명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사람보다는 나무로 조각된 짐승을 연상케 했다. 허나 그 눈! 탁한 적색의 그 눈은 의심의 여지 없는 힐데가르트의 것이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라도 되는 양 거칠게 일렁이는 그 눈동자 안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지는 본인조차 모를 터였다.

성격

# 묵직한 / 격식있는 / 선이 확실한 / 침착한 / 여유로운 / 상식인


프리드리히를 찾으려면 가야 할 곳이 있다. 그곳은 화려한 빌딩 숲도, 보석상도, 고급 천을 쓰는 맞춤 정장을 파는 양장점도 아닌 낡은 도서관이다. 모든 잊혀지고 오래된 장소의 구석자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는 남의 시선을 끄는 사람이 아니라 제 필요한 곳에 언제나 묵묵히 자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변화를 즐기지 않고, 얕고 넓은 관계를 즐기지 않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특수한 이유를 지니지 않는 한 그가 누군가에게 먼저 걸음하는 일은 없을 터, 비사교적인 사람이 아닐 수 없지. 그럼에도 당신이 그에게 말을 걸어본다면 당신은 오래 가지 않아 프리드리히가 그 첫인상만큼 냉랭하고 매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깊은 관계를 맺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하나 맹세컨대 그 늙은 공예가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는 당신의 최고의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 그와의 관계는 말 그대로,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야.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을, 예의를 지킬 줄 안다. 남이 제 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저 스스로도 타인의 선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많은 이들이 그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냥 남과 친해지기 싫어하는 것 아닌가요? 그럴 리가. 그 긴 세월 내내 사사로운 관계에 상처받는 이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그는 성을 지어야 한다면 모래보다는 나무를 택하는 이이다. 시간은 훨씬 더 오래 걸리겠지만 이리 세워진 관계들은 보통의 것보다 훨씬 더 견고했다.
 

우아한 사람. 말을 사사로이 내뱉지 않는다. 제가 내뱉은 것에는 항상 책임을 졌다. 말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가 태산과도 같아서, 그는 입을 쉬이 열지 않았다. 허나 이것이 그가 무뚝뚝한 사람임을 의미하느냐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그는 웃음이 필요한 자리에 웃음을, 칭찬이 필요한 자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냥 저를 꽁꽁 싸매려 드는 사람도 아니었다. 나이 많은 것을 자랑으로 삼느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문자 그대로의 신사, 그런 평이었다. 

+

#극단적인 / 맹목적인 / 다정한 / 담대한 / 철저한

   그의 냉혹함은 애정이라는 가장 따스한 땅 위에 지어져 있다. 만약 한겨울 밤의 당신이 그

철옹성 아래 몸을 숨기고자 하면 그는 모닥불 위 수프가 끓는 은신처가 되어줄 것이오, 그를

넘어서려 든다면 감히 넘을 수 없는 혹한의 바위산이 될 것이다. 무엇이 되었던 난공불락의

요새였음은 틀림이 없다.

   그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었다. 기사는 수많은 생쥐의 목을 베고 클라라를 지켜냈다. 언젠가 너무 버거워 주저앉고 싶은 날이 분명 있었을 테지만 드로셀마이어는

주저앉을 수 없었다. 그토록 사랑하던 이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그 아이에게로 가는 길을 막아서는 생쥐는 단칼에 베어낼 뿐, 그 과정에 망설임이 어디 존재나 할까. 설령 존재한다 한들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이 나이든 기사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기타

"- 답장을 받아볼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1. 그라는 사람
/ 마치
과거에서 온 것만 같은 사람, 이전의 이야기들을 많이 알고 있다. 저 또한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당연하게도 독일어와 영어, 이외에도 알아듣고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몇

  가지. 영어의 경우 우아한 영국식 발음을 구사한다.
/ 기본적으로는 경어를 사용하나 상대와 일정 수준 이상 가까워졌다 여길 경우에는 상대의 동의를

  구한 뒤 하게체를 쓰기도 한다. 
/ 손녀가 하나 있다더라. 이것은 그가 20대의 청년들에게 유달리 친절한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2. 그라는 공예가
/ 목재 공예가, 주로 취급하는 물건은
장난감. 가게의 규모가 작은데다 그 위치 또한 후미진 골목에

  위치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나 섬세하게 조각된 무늬와 유려한 형태로 소수의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종종 주문제작을 받기도 한다. 아이의 선물이 목적이라면 손수 편지를 써주는 등

  정성을 들이는 편.
/ 그가 자주 소재로 삼는 것이라면 자연물과 동화, 영원이라는 키워드. 

 

#3. 호불호
호/ 홍차, 독서, 목공품, 태엽장치, 자연물, 동화책, 아이들, 견과류
불호/ 소란, 생쥐, 도수가 높은 술, 습한 것, 도박


#4. 취미와 특기
/ 대표적인 것 하나는 목공. 취미와 특기를 겸하고 있다. 그에게 목공품은 단순히 판매용일 뿐만

  아니라 제가 즐거워 만드는 것들. 그를 증명하듯 그의 가게 안에는 기계로 만든 황동의 화초들이

  즐비하며, 꽤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화초들은 바람이 불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 피아노를 다룰 줄 안다. 상당히 오래 연주해 온 양 제법 능숙하다. 주로 다루는 장르는

  클래식이다만, 재즈도 곧잘 연주한다. 
/ 몸 쓰는 일에 익숙했다. 고동색 천으로 가려진 다부진 몸은 작은 것들을 만드는 공예가의

  것이라기에는 이질감이 있었다. 긴 장대를 쥐는 폼이 장검을 잡는 것과 유사했다. 과거에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었나요? 그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그냥 두어 번 웃고 말 뿐이다.
 

#ETC.
/ 손글씨가 정갈한 편. 철필과 연필을 특히 선호한다. 볼펜을 쥐어 주면 쓰는 도중에 펜촉에 잉크를

  묻힐 잉크 병을 찾아 고개를 돌릴 것이다. 
/ 상대를 '군' 이라고 칭하고는 한다. '군이라면 좋은 이야기를 써내릴 수 있을 겁니다' 는 그가 편지

  마지막에 꼭 적는 인사들 중 하나.
/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록하고 암기한다. 본인 말에 따르면 버릇이란다.
/ 최근 E-mail과 SNS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서투르긴 하지만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는 모양.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더라. 
/ 푹 잠드는 날이 손에 꼽았다. 그의 잠은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걸쳐 아슬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보통 남에게는 일찍 깼다고 둘러대는 모양이다. 언젠가 그와 같이

  밤을 보낼 일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쉬이 잠들지 못하고 편안한 의자에 앉은 채 독서를 하고 있을

  것이다.
/
동화를 믿나요? 아주 믿음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뭐,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 이 성에

  걸음하지도 못했을 것 아닌가. 노인의 믿음이 어린아이의 그것과 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믿음은 기억의 기저에 은은하고 옅게 남은 것들 뿐이었다. 그것을 굳이 단어로

  표현해보자면 망각을 향해 느리게 걸어가는 발자취 정도일까, 아주 약간의 미련을 담은...

가져온 물건

- 하나같이 오래된 것들.


# 사진첩 / 애지중지 관리한 듯 상태가 좋은 가죽 커버의 사진첩. 새 사진이 잔뜩이다. 
# 지팡이 / 행동에 걸리는 것이 없어 보여 치장용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본인 말로는 하나

가지고 있으면 여기저기 쓰기 좋단다.
# 손수건 / 솔방울과 솔잎 자수가 놓인 낡은 손수건. 실제 손수건 용도로 쓴 적은 없다. 손녀에게

선물받은 물건. 향수를 뿌린 모양인가 달큰한 견과류의 향이 옅게 남아있다.

관계

틸 헌트

- # 펜팔 친구 ▶ 오직 수필만이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

액정 속 차가운 활자로는 가당치도 않은.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것을 믿나? 그리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안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기념품 상점이었다. 뭐, 수집가들 사이에 종종 그런 얘기가 있지요. 진짜 좋은 물건은 남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뭐 그런 것들. 딱 그런 꼴이었다. 새 모양의 나무 조각이 얹힌

오르골은 이 젊은 탐조가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우연히 가게 안의 나이든 여행객의 흥미 또한 끌어버린 모양이었다. 오르골을 사이에 두고 시선이 교차했다. 그것 한 번이면 충분했다.

가게를 나온 두 사람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한 후 주소를 교환해 - 여행객은 본국인 독일로 돌아가야만 했다 - 느리지만 꾸준히 연을 이어가고 있다. 힐다는 종종 틸에게 공예품을, 틸은 힐다에게 직접 찍은 새의 사진을 동봉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힐다가

이메일 쓰는 법을 습득해 이메일도 종종 사용하고 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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