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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방심하는 사이, 손에 들고 있던 장식품을 떨어트렸다. 투명하고 아름다웠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파편만이 흉측하게 이리저리 튀었고, 물리법칙에 의해 조금 높게 튄 파편이
반짝, 팔을 스치며 선을 그었다. 선은 금세 붉게 물들었고, 빛을 받아, 아름다움이라고는
흔적만이 남은 잔해 위에, 방울져 떨어졌다.
이건 기억이었다. 아주 먼 옛날의 기억. 먼 옛날이던가? 시간대가 기억나지 않고
뒤죽박죽이었다. 어쩌면 미래의 기억일지도 몰랐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손에서 장식품을 떨어트려 깨트렸다는 사실이었다.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팔을 보고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어 멀뚱거리기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이성이 돌아왔고, 상황을 파악하고 온 몸을 잠식한 건, 극렬한 감정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선명한 분노. 비록 이성과는 동떨어져 있었지만, 감정은 실재했다. 다만, 겉으로 폭발하지 않았을 뿐. 실재한다고 해서, 이성에 반하는 감정을 가만 둘 리 없었다. 그래, 보통의 때라면 이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젭텟의 상태는 보통의
때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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