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04.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젭텟은 언제나 늘 외로웠으니까. 애초에 동화의 결말은 그랬다. 외롭고 황량하고 차가운 얼음궁전에 사는 이의 결말은 항상 그래왔다. 언제나 젭텟은 악당이었고, 악당의 최후는 어김없이 이랬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 사이에 잠시 들었던 봄은

겨울을 더욱 원망하게 만드는 법. 젭텟은 갈수록 외로워졌고, 신경질적이 되었으며,

난폭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차가운 눈보라는 휘몰아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세상은 젭텟을 닮아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이성을 사랑했으며―


   동시에 동화의 빛은 바래갔으니.


   믿음을 잃은 동화는 맥이 끊긴다. 미래로, 아이들에게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속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잊혀진다는 건 즉, 동화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는 의미다. 젭텟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힘과 믿음, 그리고 자신의 생명력을 느꼈다. 우스운 일이지, 동화를 그렇게도

싫어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동화를 믿는 이들에게 빌붙어 살아가고 있었으니. 깨달음에 이어 찾아온 건 절망이었다. 태어나기를 차가운 눈보라로 태어나, 외로움만 머금고 사라져야 하는 스스로가 비참했다.


   …비이성은 젭텟에게 해로웠다. 젭텟이 내린 선택은, 성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프로젝트에 가담하는 것. 성에서 이들이 살면서 동화에게 주는 믿음으로, 계속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젭텟은 친구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평상시의 젭텟이었으면, 이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모르지. 이미 외로움으로 망가져 있던 젭텟에게, 평상시라고 다를 게 있었을까?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