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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어느 날, 썰매를 몰고 나갔다가, 자기 썰매에 매달린 작은 소년을
발견한 게 시작이었다. 추위에 떨던 소년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아이가 죽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이 사는 곳으로 데려왔다.
커다란 집은 아름다웠고, 정교하였으며 그 곳에서 아이는 작은 조각을 가지고 놀았다.
이리저리 조각을 맞춰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는 건 퍽 신기했다. 그걸 보는 젭텟은 전보다
기분이 좋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즐거웠고, 어딘가 비어있던 마음이 조금은 든든해졌다. 비록 그것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럼에도 아이는 영원을 찾았다. 이 세상에 결코 있을리 없는 영원을. 그러면서도, 있을 리
없는 영원을 찾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약속을 했다. 만일 영원을 되찾는다면, 너만큼은 삶의 시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겠구나. 그래, 만일 그렇게 된다면, 온 세상과 새 스케이트 한
켤레를 선물해 줄게, 라고. 어차피 진정한 영원이란 불가능하다. 뭐, 그래도 새 스케이트는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다른 걸 이유로 선물해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말하고는 해야 할 일이
생겨, 따뜻한 나라로 향했다. 검은 솥을 들여다보고, 하얗게 칠해놓아야 했으므로. 그 편이
오렌지와 포도가 자라는 데에도 좋을 터였다.
아이가 사라진 건, 검은 솥에서 돌아오고 깨달았다. 큰 집은 다시 이전처럼 쓸쓸했고, 남은
것이라고는 말도 안 되는 영원을 되찾은, 되찾았다고 믿었을 어리석은 아이가 남긴 얼음조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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