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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 어노 어이가리 넘차 너와 너

에야 에야 너시렁거리고 왜 왔다 가나

아이가 남기는(遺) 말(言)이 열리었다.

유언자, 함 진아.
1982년 1월 29일 생
주소 - 서울시 XX구 OO동 ☆☆☆번지

유언사항
나 함진아는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

거창하게 썼지만, 사실 마지막으로 남기는 편지입니다.
애석하게도, 제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남길 만큼 풍요롭지는 않았던 터라-
그래도, 제가 사용했던 물건이 탐나시는 분들은 제 남은 물건을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각설, 이 문서를 읽으시고 많이 놀라셨겠지만, 사실 저는 전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해두고 있었습니다.
생의 세계에 던져진 미물이라면 죽음이란 응당 맞이해야 할 일.
그리고 죽음이란 변덕스러워, 누구를 길동무로 삼을지 인간으로서는 그 조화를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 때가 바로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이들은 언제든 그 때가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인연은 영원할 수 없으며, 그 인연을 비틀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제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이 뒤부터는 정말 재미없는 얘기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어떤 면으로든, 그리 특별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먹먹함은 어찌 그렇게도 많던지.
그래서 신이 야속했고, 운명을 원망했습니다.
신에게 도전했고,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제 온 몸이 으스러지더라도,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후회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내 말은
내 죽음으로 너희들이 너무 오래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거야.
세상 수많은 생명 중 하나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세상에 찾아오는 죽음이니까.
나는 너희들 덕분에 정말 행복했으니까, 모두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죄책감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들은 반드시 운명으로부터 승리하길 바랄게.
나는 비록 이기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건 단지 나 하나의 실패인 거야.
난 기다리는 건 정말 잘 하니까, 운명으로부터 승리해서
이 곳에 오래, 아주 오래 있다가
다시 날 만나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해줘. 사소한 것까지.
나는 그거면 돼.

그럼 다음에,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라며.

『咸 進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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