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허 너허 너화너 너이가지 넘자 너화 너
어노 어노 어이가리 넘차 너와 너
굳게 닫혀있던 작은 함이 열리었다.
아이야, 너무 슬퍼 말거라.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했던 일이지 않니?
울지 않았음에도 아이의 할머니께서는 그리 말씀하셨다.
그러나 할머니께서는 언제나 진실만을 보고 계셨다.
그날 마주한 소중한 이와의 이별은 언젠가 한 번은 겪을 일임을 아이는 잘 알았기 때문에,
눈물은 커녕 마음 아파할 수조차 없었다.
… 정말로 나는 비탄해하지 못했나?
슬퍼하지도 못하고 의연하지도 못했던 스스로가 환멸스러웠던 밤,
그동안 어린애로 살자며 외면했던 걸, 아이는 직시하기로 했다. 아이의 함은 그 마음을 담았다.
뚜껑이 열린 함 안에는
새하얀 국화꽃이 만개해 있었다.
달구소리는 들려오나 여전히 아이는 현실감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아무리 이런 상황을 준비했다고 해도, 수많은 죽음에 관한 책을 읽었다 해도,
심지어는 주변에서 많은 죽음을 만났음에도.
실제로 경험해보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었으므로.
죽음은 아이의 생각 이상으로 고통스럽고, 처절하고, 치가 떨렸으며,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 너머로 아이에게 다가온 마음은…
무상함.
이렇게까지 아무렇지 않을 수 있나.
그동안 아득바득 살아왔던 게,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이었다면, 조금 덜 힘들게 살걸.
조금 덜 열심히 살걸.
그러자, 아이의 눈가가 흐려진다. 이건 우는 것인가, 아니면 생이 꺼져가는 것인가.
모르겠다. 감각은 드문드문, 간헐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제 모든 게 사라지면, 다음은 뭐지? 아이는 꺼져가는 의식을 붙잡고 겨우 생각해본다. 이건…
안식이다.
아이는 다시 허무해진다. 그토록 바랐던 안식을 이제야 얻는 것인가.
특별하지도 않았는데 삶으로부터, 신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자는
죽음의 품에 안겨서야 평안함을 찾았다.
그렇게 바라왔던 안식이, 이렇게 별 것 아니었는가.
아이는 가슴 깊은 곳이 막혀오듯 답답했다.
원망스러워서.
치열했던 짧은 생을 선사한 신이 이제야 쉴 수 있게 해줬음에 증오스러워서.
하지만 너무 기뻐서.
그동안 아등바등 살아왔던 모든 일이 다 끝난다는 게 정말 행복해서.
그래서 미안해서.
남아서 자신을 기다렸을 이들에게, 나는 어째 지금 이 고통이 너무 편안하다고 느껴서.
그래서 이 이기적인 감정이
너무도 애통했다.
남은 건 이제 알아들을수도 없는 소리와 미련처럼 잘게 끈적거리는 사념이었다.
육신은 필사적으로 섭리에 저항하려 했다.
어쩌면 제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지도 몰랐다.
삶을 가진 생명으로서, 죽음이 어떻게 안 두려울까.
아이는 살고 싶었다. 생의 길을 계속 걷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야, 아이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서 들려오는가. 나를 부르는 게 맞는가.
누가 부르는 것일까. 어쩌면 가장 늦게까지 이승에 머무른다는 소리의 감각일지도 몰랐다.
아이야, 아이야. 진아야. 가엾은 아이야. ……
『咸 進兒. 命亡者應差使呼.』